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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왜 인상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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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 조회 138회 작성일 21-05-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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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화학노련 정책자문위원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최저임금 왜 인상해야 하나


다시 최저임금 시간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정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는 심의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장관이 노사단체의 이의제기를 받아 매년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하므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중앙정부의 29개 법령과 자치법규에 적용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40여개 정책의 예산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저임금 계층 노동자의 임금인상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다. 최저임금인상의 논리와 성격 및 의미를 알아 보는 것은 노동운동 진영의 최저임금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의 기본 전제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제10조), 거주이전과 직업선택의 자유(제14조,제15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와 의무(제32조)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2조는 국가로 하여금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동3권 보장(제33조)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 의무(제34조)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자유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적정임금보장 노력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최저)근로기준의 설정, 노동3권을 통한 자율·자주적 노동조건 유지개선, 여기에 국가의 사회복지나 사회보장을 통한 지지와 보완 구조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이를 위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4조). “최저임금 보장→생활안정·노동력의 질적 향상→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선순환의 논리구조다. 최저임금 보장으로 생활이 안정되면 그 자체로서 노동력의 질이 향상된다. 임금인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 여유시간에 능력개발을 통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생산성이 늘어 난다. 낮은 임금에 기반한 기업의 구조조정 촉진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생산력이 증대하는 등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게 된다. 최저임금 보장이 기업의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금상승이 노동자의 사기를 진작시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효율성 임금이론).

둘째, 노동자와 경영자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이직률이 감소해 신규 고용에 드는 비용이 줄거나 고용이 안정될 수 있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생존 기업들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생산적인 기업의 시장진입을 촉진하여 경제 내 전반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끝으로 최저임금인상은 임금격차완화와 노동자간 연대 강화, 노동소득분배 개선과 내수촉진 등 경제의 체질강화 등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노동측의 최저임금제의 목적과 효과에 대한 시각이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으로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노동소득분배율」 ‘등’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앞서와 같은 최저임금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고려’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인상)수준은 한 「국가의 품격」이나 「사회의 노동에 대한 시선」과 연결되어 있고, 「정권의 성격과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2017년(16.4%)과 2018년(10.9%)에는 소득분배개선치가 각각 11.3%, 6.7%가 반영됐다.

원래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물가상승률이나 성장률 같은 경제지표를 감안한 적정 최저임금보다 2017년에 11.3%, 2018년에 6.7%나 더 올렸다는 뜻이다.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2년치가 박근혜 정부 4년치 합인 12.3%보다 높은 18.0%였다는 것은 최저임금이 정권의 성격을 반영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던 2019년(2.87%)과 2020년(1.5%)의 소득분배개선치는 각각 0.47%, 2%로 대폭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3년내 달성공약을 지키기 위해 취임 첫해에는 16.4% 올렸지만 그 이후 인상률을 낮추고 게다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확대해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대폭 낮아지게 되었다. 사용자들이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해 법정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노동자의 실제 임금은 오르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졸속적인 정책으로 인해 최저임금인상 효과도 임금체계 개선효과도 보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결국 노동진영으로부터 조삼모사 정권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이것은 최저임금 대폭인상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중소영세기업 또는 소상공인 등의 비판이 고조된 결과 정권의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그런 우려와 이에 따른 산입범위 확대 및 낮은 최저임금 인상은 실증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최저임금제가 가지는 목적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국내외의 실증적 연구결과는 최저임금인상이 임금수준, 임금격차, 임금체계 등 임금구조에 미치는 영향, 노동시간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 생산성 향상 및 자동화·성력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최근 지역별 고용조사 2008~2018년 자료를 분석한 연구결과(김태훈, 2019)는 특별히 최저임금 인상폭이 컸던 2017〜2018년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바,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전체 고용률 감소효과는 없었으나, 일용노동자의 고용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며 특히 일용노동자들의 임금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상용노동자들의 임금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임금체계상 최하위그룹에서 임금상승이 일어날 경우 이보다 상위그룹에서도 임금상승 압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파효과(spillover effect)는 임금격차 완화효과로 귀결된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노동시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결과에서 임금상승효과가 근로시간 감소효과보다 커서 임금노동자들의 월급여액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4% 인상된 2018년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연구결과로 추정할 경우 일용노동자의 고용률은 0.324~0.541%포인트 감소, 시간당 임금은 7.04~10.72% 증가,월급여액은 7.13~9.7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를 종합해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고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뚜렷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고,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시간당 임금상승의 증가로 평균적인 월급여액은 증가하여 결국 노동소득분배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해외 연구들이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고용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Schmitt, 2013) 것과 같다.


끝으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이유를 알아 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회와 해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실질 최저임금이 6번째로 높은 뉴질랜드 등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28일 취임 후 첫 의회연설에서 “월가가 아닌 중산층이 미국을 세웠다”며 중산층 복원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급 10.95달러에서 15달러(약 1만6900원)로 대폭 인상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러한 기조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뉴질랜드는 4월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뉴질랜드달러(달러, 약 1만6170원)로 5.8% 인상했다. 스가 일본 총리도 “소득격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최저임금 시급 전국 평균 1000엔(약 1만350원) 목표를 조기에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내일신문, 2021.5.25). 결국, 최저임금이 적정한 수준과 속도로 인상되면 적절한 정책조합과 연결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지만, 노동자의 생활수준 향상, 노동시간 단축, 임금격차 완화, 임금체계 개선 및 노동소득분배율 개선과 생산성 향상,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