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할규정 없어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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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일할규정 없어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1.10일 금융감독원 전ㆍ현직 근로자 170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금융감독원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재직자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이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됐다.
원심인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금융감독원은 홀수달 1일마다 기본급 100%를 정기상여금으로 지급하면서, 정기상여금은 재직자에게만 지급됐다. 지급일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동안 일한 만큼 계산해 지급하지도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의 정기상여금은 단순히 복리후생적ㆍ실비변상적ㆍ은혜적 성격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는 없다"며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퇴직일까지 근로일수에 비례해 일할 계산해 지급돼야 하는 임금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재직자 조건이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지급일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도 배치된다.
2013년 대법원 전합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금융감독원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재직자 조건이 붙은 금융감독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원심 판결이 확정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세아베스틸 사건을 통해 2013년 법리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