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와 비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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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7.19일자 칼럼]
제빵왕 김탁구와 비알코리아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제빵왕 김탁구`라는 드라마를 즐겨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갖은 역경을 딛고 일궈 낸 성공신화에 푹 빠졌고 실화를 배경으로 했기에 감동은 더했다. 김탁구가 운영하는 빵집은 맛은 물론 인간미가 담겨 있으리라는 신뢰까지 주면서 실제 영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무너졌다. 빵맛을 잃었다. 현재의 모습은 드리마 속의 김탁구가 일군 회사가 아니었다. 사랑과 정성이 빠진, 돈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회사였음에도 우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바로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 주식회사) 얘기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 김탁구는 삼립식품의 전신 ‘상미당’을 창립한 고 허창성 회장을 모티브로 했고, 그 아들인 허영인씨가 삼립식품의 후신인 SPC그룹의 현재 회장이다.
서희산업노동조합은 지난 5월9일부터 부터 3개월 가까이 파업 중이다. 배스킨라빈스는 2001년부터 서희산업과 하청 관계를 맺고 아이스크림생산을 생산하고 있다. 이른바 ‘위장도급계약’이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비알코리아의 약속이행이다. 비알코리아는 4월17일 “서희산업(주) 직원의 비알코리아(주)로의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하여 결정한다”고 서희산업노조와 합의했다. 당시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있었고 조정안 수용을 전제 조건으로 직접고용 합의까지 한 것이다. 지노위의 중재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행은 너무나 당연하다. 명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알코리아 측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문은 직접고용 확정과는 무관하다”고 조정 전에 한 약속을 뒤집었다. 합의를 지도했던 충북지노위의 태도는 더 황당하다.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선택은 하나였다. 파업으로 약속 이행을 요구한 것이다.
노조의 요구는 역사적으로도 그 당위성이 인정된다. 원래 조합원들은 비알코리아 음성공장 소속이었다. 93년 공장 설립 이래 줄곧 그곳에서만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2001년 당시 유행하던 하청회사 설립방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생산직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이나 복지수준은 저하가 없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례처럼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임금 등 근로조건은 점점 저하되더니 지난해에는 비알코리아의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가 내걸었던 조건을 어겼다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순리다.
법률적으로도 비알코리아의 11년에 걸친 서희산업 운영은 위장도급으로 현행법 위반이다. 불법파견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져야 한다.
음성공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비알코리아 부서장의 최종면접이 필수다. 인사승급·사원표창·장기근속 포상까지 관여하지 않는 인사가 없다. 제품 생산과정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배스킨라빈스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복장을 착용하고 비알코리아가 정한 일정에 맞춰 생산한다. 원료입고·출하에서부터 재고관리·유통기한 조사까지 비알코리아가 감독하고 지시한다. 이를 위해 아예 팀장이 상주하고 있다.
부당한 근태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화장실 출입까지 확인한다. 여름철 수박 급식을 제한했다는 일화까지 있다. 휴게시간·휴일·연차 등 모든 근태관리가 직접 이뤄지고 있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결정권한도 비알코리아에 있다.
이만하면 비알코리아와 서희산업이 하나의 회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이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기꺼이 파업에 나섰다. 많은 시민들이 이들의 파업을 응원하고 있다. 정치권도 해결사임을 앞다퉈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청과 지노위는 아닌 모양이다. 파업이 시작되자 노동청은 “불법파업”이라는 말을 흘렸다. 그 어떤 공식적인 의견도 없이 말이다. 지노위는 자신이 한 중재를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한다.
그래서인지 회사는 이주노동자를 채용해 대체근로를 시키고 있다. 분명한 불법이다. 적법한 파업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한 것은 비알코리아 측은 유명 로펌을 끼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40억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지금이라도 노동부는 위장도급실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지노위는 자신들이 한 지도 내용을 지키도록 명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