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영인 SPC그룹 회장님,하청노동자 꼬리표와 차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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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6.27일자 기고글] 허영인 SPC그룹 회장님, 하청노동자 꼬리표와 차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SPC그룹 허영인 회장님께
안녕하세요, 허영인 회장님.
저는 SPC그룹 계열사인 충청북도 음성에 위치한 BR Korea(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생산 공장에서 일해온 생산직 노동자입니다. BR Korea의 정규직이고 싶지만 사무직이 아닌 생산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하청업체(서희산업)의 직원인 것이 제 마음을 답답하게만 하여 회장님께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서희산업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1993년 배스킨라빈스 음성 공장 설립 이래 지금까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큰 자부심으로 온갖 궂은일, 휴일근무, 무리한 연장, 철야근무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해 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희산업의 생산직 노동자들도 원래 BR Korea의 정규직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BR Korea에서 직원이 늘어나면 대기업 대열에 오르게 되고 세금도 많아진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생산 노동자들만으로 하도급회사를 만들었고(현 서희산업), 1993년 BR Korea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그 길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일부 협박에 의하여 노동자들 전부가 하청직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BR Korea에서는 회사 이름만 바뀌는 것일 뿐 모든 면에서 BR Korea의 정규직 직원이였을 때와 동일시 해주겠다며 약속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BR Korea 정규직과의 임금, 상여, 수당, 복지 등 모든 면에서 차별만 받아왔고, BR Korea의 신입사원과 서희산업 노동자의 15년차 기본급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서희산업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동자로서의 살 길은 힘들어지고 이 회사에서의 미래가 막막하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성장하면 할수록 우리 노동자들은 차별 속에 한낱 기계처럼 또는 소모품처럼 취급당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허영인 회장님, 그래도 서희산업 노동자들은 회사의 발전이 곧 우리의 자부심이며, 최고의 배스킨라빈스를 만들기 위해 일해 왔고, 기업이 성장한 만큼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 믿으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우리들은 회사를 믿었고 BR Korea 경영진들을 믿었고 오직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며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기대하며 참고 또 참았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는 계속 이어졌으며, 2012년 4월 노동조합이 BR Korea 경영진과 임․단협 협의를 가졌습니다. 그때 BR Korea의 김경중 부사장이 직접 음성 공장으로 방문하여 하청 생산직 노동자들을 BR Korea로의 정규직 전환에 추진한다는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었습니다. 그 당시 서희산업 노동자들과 가족들, 자녀들의 행복과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5년 후에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재논의 해보자’ 라는 말로 합의서 이행을 거부하였고, 우리 노동자들은 더 이상의 차별과 억압만을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고민 끝에 파업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27일로 파업50일째입니다.
허영인 회장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와 명성도 아닙니다. 회사의 주인이라는 책임의식과 열정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노동자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살아야 할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합의서에 서명했던, 그 내용에 대해서만 BR Korea 측에서 이행해 준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아이스크림인 배스킨라빈스를 위해 땀흘려 일 할 것입니다.
왜 우리는 생산직 노동자들이라는 이유로, BR Korea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꼬리표와 차별만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노동자들에게도 미래와 꿈이 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허영인 회장님.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노동자들에게도 미래와 꿈이 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노동자도 사람처럼, 사람답게 사는 세상 꼭 만들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2. 6
서희산업노동조합 조합원 정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