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스킨라빈스 하청 노동자들의 눈물어린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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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심재호 연맹정책국장 기고글]
비정규직 울리는 배스킨라빈스... 화장실 갈 때, 나올 때 다른가?
[기고]던킨도너츠, 파리바게트 등 소유한 SPC그룹 사태 해결해야
지난달 30일, 국회 개원에 맞춰 여야는 경쟁하듯 비정규 관련법안을 제출했고 ‘희망사다리’니 하는 단어로 포장된 입법안은 저녁뉴스를 장식했다. 같은 날 강남역 배스킨라빈스 본사앞에서는 간간이 내리는 빗 속에서 ‘원청 직접고용 합의 이행촉구’를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와 1인 시위를 번갈아가며 상경투쟁 2일째를 지켜내고 있었다. 멀리 충북 음성에서 상경한 배스킨라빈스 사내하청 서희산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조합원 83명은 지난달 9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요구는 단 한가지. 원청이 약속한 `직접고용`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발단은 4월 18일로 옮아간다. 충북 지방노동위원회에서 BR코리아(배스킨라빈스)와 서희산업 노사는 `BR코리아로의 소속 전환을 추친한다. 직접고용시기와 방법은 10일이내에 합의해 결정한다`는 3자합의서에 서명했다.
당시 출정식을 앞두고 있던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원청사까지 서명한 합의서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BR코리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BR코리아는 `5년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면 고려해 보겠다`면서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자본의 추악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노조는 분노했다. 10일의 시간을 더 가져봤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파업밖에 없었다. 조합원 83명 전원은 정든 일터를 뒤로하고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노동가에 맞춰 팔뚝질과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배스킨라빈스 거대자본에 맞선 외로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11년전까지는 배스킨라빈스 소속이었다. 그런데 인원이 많아 대기업이 되면 세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하청회사로 옮기라는 협박에 현장노동자 전원은 반강제적으로 국제산업(현 서희산업)으로 전적할 수 밖에 없었다. 원청과 근로조건을 같게 하고 내야되는 세금을 복지에 쓰겠다는 달콤한 거짓말이 상여금 폐지, 연봉제 전환, 정리해고 협박의 본색을 드러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BR코리아가 속한 SPC그룹은 이름만대면 알만한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샤니, 삼립, 던킨도너츠 등을 거느린 거대 식품전문기업이다. 어느 기업보다 소비자와의 접촉이 많은 곳으로 신뢰가 생명인 곳이다. 그런 SPC 그룹이 사회적 책임은 둘째 치고 직접 서명한 합의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모자라 전문 인력이 아닌 이주노동자와 대체인력으로 만든 BR 아이스크림을 버젓이 매장에서 판매하며 소비자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투쟁하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은 더 이상의 사태 악화와 회사 이미지 실추를 원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반하장으로 불법파업과 손해배상 청구를 운운하며 약속이행보다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작금의 사태가 지속된다면 더 이상의 인내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노조는 향후 배스킨라빈스 직매장 1인시위를 더욱 확대해 소비자에게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눈물로 배스킨라빈스31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져 왔음을 알리고, 법안 제출로 할 일을 다 한 냥 자화자찬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국회 앞에서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파리바게트 등 SPC그룹 전체 생산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심각하게 검토 중에 있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분석한 최근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감소세이긴 하지만 전체노동자의 절반가량인 837만명이 비정규직이고, 임금불평등 정도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한다.
이제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있다. 그래서인지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동지들의 투쟁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가히 폭발적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실시간 검색어 2위에 랭크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느 여성분이 찍어 올린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4만건에 가까운 추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의 투쟁은 조합원 83명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이땅 837만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투쟁이다. "우리 자식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고, 떳떳한 부모로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이라고 삭발식에서 한 여성조합원의 발언이 마음을 울리는 이유다.